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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

인생의 타임라인

by 진!!!!! 2025. 9. 23.

자소서를 쓰다 갑자기 내 생을 되돌아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내게 자소서를 쓰기 전에 인생의 타임라인을 되짚어보라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한번 적어보려 한다.

19살

고3. 학업 스트레스로 게임 중독자가 되다.
코딩을 좋아하고 게임을 좋아했으므로 자연스럽게 게임 개발자를 꿈꾸게 되었다.
그때 한창 '로보토미 코퍼레이션'이라는 게임을 좋아했는데, 그 게임이 아주대 미디어학과의 게임 동아리에서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주대 미디어학과에 가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되었다. 대학에 가면 마음 잘맞는 팀원들과 함께 인디게임을 개발하고 창업하고 대박을 치고 싶었다.

 

자소서에 진정성이 담겨 있어서 그런지 전액 장학금을 받고 입학했다. (현재 8학기 다녔는데 3학년 때 한번 성적 모자랐던 적 빼면 7학기 내내 등록금 면제였다. 고마워요 아주대학교)

20살

코로나였어서 기억이 잘 안난다. 집에서 게임만 했던 것 같다.


2학기에는 고대하던 아주대 미디어학과의 선배, 동기들과 게임 개발 프로젝트를 했다. 코딩은 못하고 그림은 좀 그렸으므로 아트를 담당했다. 그런데 게임 개발은 재미있었지만 평생 이것만 하기에는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게임 개발자 말고 다른 꿈을 찾아보기로 했다. (이정도면 입학 사기인듯... 미안해요 아주대학교ㅜㅜ) 게임을 개발하는 것 보다 게임 엔진의 구현 방식에 대해 이해하는 게 더 재밌었다. 그래도 여전히 코딩은 재밌었고 그림 그리기도 재미있었다.

 

어쩌다 만난 산공 선배랑 기획 공모전을 나갔는데, 기획서 대신 내가 만화를 그려서 제출했다. 그 만화가 상을 탔고 어쩌면 게임 개발자가 아니라 디자이너나 원화가나 만화가가 되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21살

이때쯤 아이돌에 푹 빠져있었는데, 좋아하는 아이돌의 굿즈를 만들어서 팔았다가 대박이 나서 천만원 넘게 벌었다. (1년 넘게 하다가 막판에 쪽박쳐서 접음) 돈을 꽤 벌어보니 나는 손재주가 있으니 뭘해도 굶어죽지는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취업 잘되는 분야, 돈 많이 주는 분야를 찾지 말고 정말 내가 재밌게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찾고 싶었다. 진로 고민을 더~ 많이 했다.

이때 배송비만 몇백만원씩 나왔는데 배송을 대행사한테 맡겼다가 대행사가 배송누락시켜서 문의만 몇십통 받고 하루종일 대행사 아저씨랑 전화로 싸우다가 위장병에 걸렸던 기억이 난다

 

 

여름 계절학기로 들은 수업에서 웹개발을 처음 시작했다. svelte와 D3.js로 데이터 시각화를 하는 수업이었다. 프론트엔드만 배웠었는데 꽤 재밌었다. (이 수업으로 인생의 분기점이 생겼던 것 같다) 그런데 아직 어리니까 벌써 진로를 정하기 보다는 이것저것 더 해보고 싶었다. 전공 수업을 들으면서 시나리오도 써보고 3D 모델링도 해보고 그래픽스 프로그래밍도 했다. 그림도 열심히 그렸다.

22살

남들은 3학년이면 진로를 정한다는데 나는 그러기가 싫었다. 세상에는 재밌는 게 많았고 재밌어보이는 수업도 많았다. 3D 모델링을 해봤으니 텍스쳐링이랑 렌더링도 하고 싶어서 3D 수업을 또 들었고 재밌었지만 눈이랑 목이 너무 아파서 3D는 못하겠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게임프로그래밍 수업을 들었는데 유니티가 재밌었다. 그런데 유니티 엔진은 GUI 조작이 너무 힘들었다. 오로지 메모장으로도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웹개발이 좋다는 생각을 했다.

 

이전에는 동아리에서 게임 개발을 하면 늘 그림 담당이었는데 유니티를 할 수 있게 되니까 개발을 맡을 수 있게 되었다. 이때 사람은 기술을 배워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기술을 배워야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다. (이 마음가짐은 내 삶에 큰 영향을 미쳤는데, 이 이후로 관심 있는 게 생기면 일단 다 배워보게 되었다.)

 

해커톤도 나가봤는데 나 빼고 다 리액트를 할 줄 알았다. 충격 ㅋㅋ 이때 또 사람이 어디가서 1인분을 하려면 기술을 배워야 한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 리액트 공부를 시작했다.

23살

4학년이 되었다. 슬슬 취업을 해야하는데 지난 3년간 대학을 이것저것 간만 보며 키자니아 직업 체험 현장처럼 다녔더니 취업에 쓸 수 있는 기술이 없었다. 그래서 휴학을 했고 진로 고민을 했다.

 

지난 3년간 한 것들 중에 제일 재밌는 게 뭐였을까?

프론트엔드가 제일 재밌었기에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되어야겠다 생각했다.
휴학한 동안 놀기도 놀고 공부도 하고 리액트 공부도 했다. 원래 게임 개발을 좋아했으므로 자바스크립트로 웹게임을 만들었었는데 html이랑 js로만 만들다가 json 파일을 불러오려면 웹서버가 꼭 필요하다는 것을 배우고 nodejs로 웹서버도 만들었다. 왜 리액트에서 npm start를 입력하면 로컬 서버가 구동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재미있었다. 플러터도 해봤는데 웹이 더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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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는 운좋게 현장실습에 합격하여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회사 생활도 해보았다.

 

프론트엔드는 (백엔드는 안그렇겠냐만은) 공부할 게 정말 많았는데, 하나씩 알아가는 게 재밌었다. 언젠간 이 분야에서 내가 모르는 게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꿈을 꾸게 되었다.

 

스마일게이트에서 진행한 온라인 데브캠프에 참여했고 내 또래에 프로젝트 경험도 많고 스펙도 짱짱한 사람들을 보며 더이상 이렇게 살아선 안되겠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공부를 더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프론트엔드만 하니까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에 제약이 많았다. 백엔드도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공부했다. 백엔드도 재미있었지만 역시 프론트엔드가 더 재밌었다.

24살

공부를 더 하고 싶어서 휴학을 또 했다. 휴학하는 동안 사람을 안만나니 적적해서 연합 동아리를 했다. 재미있었다. 또 하고 싶다.


혼자 프로젝트 하는 것 보다 팀 프로젝트가 재미있고 원격 개발보다 모여서 개발하는 것이 더 재밌었으므로 나중에 회사에 간다면 재택보다는 출근하는 회사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더이상 복학을 미룰 수 없었는데 복학 전 마지막 방학을 의미있게 보내고 싶었다. 그래서 2달동안 진행하는 소프티어 부트캠프에 신청했는데, 코테-cs테스트-면접이라는 지난한 과정 끝에 합격했다. 배우기도 많이 배웠지만 정말 재미있었다. 참으로 감사하게도 해당 기업의 채용 전환 면접도 볼 수 있었는데... 결과는... 60년 후에 공개합니다

 

 

 

지금은 복학을 했는데 아직도 가끔은 발이 땅에서 동동 떠있는 기분이다. 동동 뜬 채로 과제도 하고 자소서도 쓰고...

 

취준을 하면서 지난 4년간 대체 뭘 하고 살았지? 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는데, 다 쓰고 보니 꽤나 열심히 살았다 싶다.

 

하고 싶었던 건 다 해봐서 지난 4년에 후회는 없다.
이젠 정말 취업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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