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내게 어땠나 묻는다면, 정말 재밌는 1년이었다고 대답할 수 있다.
2024년 하반기, 혼자 리액트 공부만 하다가 운좋게 들어간 현장실습으로 처음 협업을 하게 되었다. 인턴을 마치며 내겐 협업, 개발 경험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고, 2025년에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2024년 말에 세웠던 2025년의 목표는 아래와 같았다.
- 기획자와 디자이너가 있는 환경에서 개발하기
- 팀원들과 좋은 코드에 대한 논의(코드 리뷰)를 활발히 할 수 있는 환경에서 개발하기
- 개발 좋아하는 친구들 많이 사귀기
- 인턴을 하든 취업을 하든 실무 경험을 쌓기
개발자랑 디자이너가 있으면 프로세스가 어떻게 달라질까? 코드 품질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함께 개발하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한게 많았다.
이런 목표로 이것저것 지원하다보니 잇타 동아리 -> 소프티어 부트캠프 -> 라이브러리 개발 -> 당근 인턴까지 하게 되었다.
연합 IT 동아리
잇타
기획자와 디자이너가 있는 곳에서 개발을 해보려면 아무래도 동아리를 해야겠지? 지원했고 붙었다.
힘들었던 점과 좋았던 점
제일 좋았던건 여러 사람이 모여 공동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마음을 모은다는 것.
힘들었던 것은 내가 좋은 팀원일까? 내가 좋은 팀원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라는 고민. 나에게는 코드 퀄리티를 위해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데 이거 하나하나 다 지키자고 하면 너무 꼰대같을까? 강짜부리는 것 같은가? 생각을 많이 했다. 코드 퀄리티도 중요하지만 내 팀원들도 소중했으므로 나름의 적정선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개인적으로는 코드 리뷰(코드에 대한 논의)를 많이 하고 싶었는데, Next.js에 대해서는 내가 제일 경험이 많다 보니 팀원들이 내 코드에는 좋아요👍 외에는 안달아줘서 (ㅠㅠ내 코드도 엉망인 부분 많은데) 아쉬웠고, 코드 리뷰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환경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에 대한 고민도 했다.
에러 처리를 좀 더 잘해보고 싶어서 이것저것 건들였다가 에러가 전혀 처리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눈물을 훔치며 전부 롤백하거나 최종 발표 전전날 갑자기 배포된 사이트에서만 날짜가 다르게 보이는 등 사고도 겪었다. (이후 타임존에 트라우마가 생겼다)
기획자와 디자이너가 있다보니 프로젝트의 퀄리티가 훅 올라갔고 기획과 디자인이 맘에 드니까 개발하기도 신이 났다. 열심히 했다. 차트 대시보드 개발을 맡았는데 너무 재밌게 개발했고 지금봐도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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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의 역량이란?
기획이 원하는 것을 이루어주는 게 개발자의 역량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제안하는 기능은 다 오케이하는 편이었다. 다른 개발 팀원들도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내가 맡은 부분에는 변경 사항이 크게 없었는데, 다른 팀원이 맡은 부분에서 변경사항이 컸다. 그 변경사항을 적용하자니 기존 코드 구조를 많이 엎어야 하고 그런데 시간은 없으니 일부분만 엎었고 어디선 되고 어디선 안되고... 다들 고생을 많이 했다.
그런데 그 변경사항이 크게 임팩트 있는 기능은 또 아니었다. 그 모습을 보며 기획이 원하는 걸 다 해준다고 좋은게 아니구나, 코드 베이스에 대해 이해하고 지금 리소스로 힘든지 판단해야 했구나, 라는걸 깨달았다. 프론트 쪽에서는 내가 리드하는 입장이었는데 프로젝트와 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이 사단이 났나 싶어서 미안했다. (여전히 기획이 원하는 것을 이루어주는 게 개발자의 역량이라고 생각하긴 하고, 거기에 더해 리소스나 코드베이스, 임팩트를 파악하고 할지 말지를 판단하는 것 또한 개발자의 역량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소프티어 부트캠프
현대자동차그룹 소프티어부트캠프 7기
현대자동차에서 진행하는 채용전환형 부트캠프다. 독학으로 개발을 하다보니 나보다 잘하는 사람에게서 개발을 배워보고 싶다 + 부트캠프까지 할 정도면 개발자라는 꿈에 진심일테니까, 개발에 진심인 사람을 더 만나보고 싶다는 이유로 지원하게 되었다.
교육 업체도 찾아봤는데, 퀄리티가 좋다고 유명한 네이버 부스트캠프를 담당하는 업체라고 하기에 채용 전환이 안되어도 공짜로 교육도 받고 사람도 만나고 프로젝트도 하면 무조건 이득이라는 생각에 지원했다.


팀원이랑 (혹은 팀원이 아니더라도 함께) 코드 리뷰 하기, 좋은 코드에 대해 논의하기, 컨벤션을 맞추고 코드 구조의 통일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기, 기획자와 디자이너와 프로젝트 하기, 나보다 훨씬 잘하는 사람을 많이 만나고 많이 배우기, 그동안 하고 싶었던 걸 다 할 수 있었다. 이번 년도에 제일 잘 한 일 같다. 프론트 친구들과 팀원들 중 몇몇은 아직도 연락한다.
최종 프로젝트를 할 때 아주 나이스한 사람들과 팀이 됐는데, 다들 성격도 너무 좋고 사회성도 좋고 말도 재밌게 잘하는데 나는 너무 미숙한 것 같아서 스트레스가 있었다. 그 고민을 친구에게 말하니 너는 상대가 말하는걸 잘 들어줘서 좋다고 이야기해줘서 위로가 많이 됐다.
이 즈음부터 부트캠프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에 좋은 팀원되기가 추가되었던 것 같다. 여전히 좋은 팀원이란 어떤 팀원인지 잘 알 수는 없었지만, 일단 내가 잘하는거? 이야기를 잘 들어주기를 열심히 하려고 했다. 나에게 부족한 부분은 팀원들을 보고 배우려고 했다. 좋은 팀원을 너머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많이 노력했고 조금은 더 좋은 사람에 가까워진 것 같다.
프로젝트 끝나고 팀원이 은진님이 이야기를 잘 들어줘서 고마웠다고 말해줘서 굉장히 기뻤다.
애증의 DND
프로젝트를 하며, 기술적으로 어려운 것에 도전을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 + 기획 요구사항 중에 기존 라이브러리를 쓰면 잘 안되는 기능이 있어서 dnd(drag and drop)를 라이브러리를 안쓰고 밑바닥부터 구현했다. 멘토님이 이정도는 해야 현대자동차 간다고 하시길래 홀라당~ 넘어가서 도전을 했다..... 거의 모두가 나를 말리고 나를 걱정했는데 나를 믿고 밀고 나갔다... 종합 프로젝트 기간이 5주였는데 api 연동이나 ui 구현 등을 다 빼면 거의 2~3주만에 개발했던 것 같다.
개발자 도구를 켜야만 작동하는 신기한 코드도 짜고, 다른 DND UI가 있는 서비스는 DND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분석도 많이 했다. 고민을 많이하고 (디자이너와 합의 후) 디자인, UX를 아예 바꿔버린 부분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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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중간에 에러가 너무 많이 터져서 내 욕심때문에 기능 개발도 다 못하고 팀원들에게 피해를 끼칠까봐 정신적 압박이 컸다. 절대 포기하고 싶지 않았고 너무 해내고 싶었다.
DND는 엣지 케이스가 너무 많은 UX라서 라이브러리를 안쓰고 직접 개발하는 건 그닥 좋은 생각이 아니다. 엣지 케이스에서 사용자가 상상하고 원하는 UX는 사용자마다 천차만별인데 라이브러리는 가장 '보편적인' UX를 제공한다.
접근성이나 성능 등의 이점도 많지만 보편적인 UX의 이점이 엄청 크다. 라이브러리에는 이미 다 구현되어 있는 인터랙션을 하나하나 직접 구현하느라 고생을 많이 했지만 배운건 많았으므로 다시 돌아가도 직접 만들 것 같다.
실리카겔 (Silica Gel) - NO PAIN [M/V] - YouTube
프로젝트 후반에 가서는 많이 힘들어서 매일 아침 실리카겔의 NO PAIN을 들으며 출근했다. 참 잔인한 말이지만 사람이 극한에 내몰릴 때 한계 돌파를 하는 것 같다.
팀원에게 제가 할 수 있을까요? 라고 물었는데, 그 말을 옆에서 들으신 멘토님이 '할 수 있을까가 아니라 해야만 한다'라고 말해주셨다. 그 말을 듣곤 이후의 모든 일을 '해야만 한다'라는 생각으로 그냥 했다. 걱정 할 시간이 없었다.
부트캠프 하는 2달 동안 내 모든걸 불태우겠다는 마음으로 팀원들과 함께 10시 출근 10시 퇴근을 했는데, 시간을 많이 들이니 도전적인 것(라이브러리 개발)을 많이 할 수 있어서 좋았으나... 부트캠프가 끝난 이후 잃어버린 몸과 마음과 정신을 회복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마지막으로 발표했을때.. 심사위원분이 라이브러리 안쓴거 잘한 선택인 것 같다, 쉬운 길이 있는데 어려운 길을 택했고.. 근데 그걸 또 잘했다. 사실 이 자리가 자신이 제일 잘하는걸 뽐내는 자리인데 그걸 잘 보여준 것 같다고 얘기 해주셔서 기뻤다. (그래서 전환되려나했는데 떨어짐 ㅎㅎ;;)
그 외에도 부트캠프를 하며 내가 하고싶은 개발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다. 일단 나는 라이브러리를 만드는 게 재밌었고, 팀 전체에게 도움이 되는 자잘한 워크플로우를 만들고 옆에서 그 반응을 볼 때 즐거웠다. 그래서 개발자를 위한 개발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라이브러리 개발 (또 DND 개발함;;)
부트캠프가 끝나고 복학을 했는데, 부트캠프 때 만들었던 DND에 미련이 많이 남았다. 기능 작동은 엥간치 됐지만 너무 급하게 개발해서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그래서 부트캠프에서 짰던 코드를 좀 더 다듬어서 라이브러리를 만들었다.
ddo-dnd.site

위에서 DND는 엣지 케이스가 너무 많은 UX라서 라이브러리를 안쓰고 직접 개발하는 건 좋지 않다고 적었지만, 다른 라이브러리보다 확실한 장점이 있다면 조금 부족한 부분이 있어도 승부를 걸만하다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론 쨉도 안됐긴 함 ㅋㅋ) 그래서 DND 개발을 하면서 다른 라이브러리에 없어서 아쉬웠던 기능, 나에게 필요했던 기능을 강조한 라이브러리를 만들었다.
여전히 아쉬운 부분은 많았다. 주로 사용자를 위한 개발을 하다가 개발자를 위한 개발을 하다보니, 어느정도로 추상화를 하고 어느정도로 추상화를 하지 않아야 개발자가 '커스텀하기 편하고' '직관적인지' 그 선을 알 수가 없었다. 대강 보기엔 '커스텀이 편하다'와 '직관적이다'는 상충적이지만 둘 다 이룰 수 있는 방법이 어딘가에는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그 방법을 알기 위해서는 개발을 좀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당근 인턴
이런 고민을 하던 중 당근에서 윈터테크 인턴을 모집한다길래 공고를 들여다봤다.
프론트엔드코어팀이라는 팀이 있었는데, 개발자를 위한 개발을 하는 팀이라는 게 매력적이었다. JD를 읽으면 읽을 수록 가고싶은 마음이 커져서 이력서도 나름 공들여 새로 만들었다. 이 팀에서라면 고민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서류는 붙었는데 면접을 잘 못 본 것 같아서 3일 동안 면접보는 꿈을 꿨다. 면접관분들이 계속 꿈에 나왔다... 그 질문의 답이 대체 뭐였을까 계속 반추하며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 그런데 그 질문을 한 사람들과 같은 사무실에 앉고 같이 저녁을 먹고 보드게임을 하고 있다니 인생이 무상하군... 출근한지는 딱 2주가 되었다.

글로벌 이름은 Gina로 지었다. 본명이랑 비슷하게 짓고 싶어서 지나라고 지었는데, 회사 사람들이 지나간다, 지나갈 때, 지난 일년간, 지나고 보면, 이라는 말을 할 때마다 나를 부르는건가 싶어서 움찔움찔한다.
2주 밖에 되지 않았지만 생각하게 된 것이 많고 배운 게 많다. 당근의 문화, 상상력을 발휘하기(Best Practice에 매몰되지 않기), 코드를 줄이기... 많지만 일단 단편적인 것 하나만 적어보자면...
개발이 좋아?
다른 팀 사람들은 아직 별로 만나보지 못해서 모르겠지만, 일단 우리 팀 사람들은 솔직하고 함께 일하는 동료와 개발에 대한 애정이 크다. 이전에 다른 개발자 친구들을 만날 때 개발을 좋아하냐고 물어보면 취업하려고 한다던가, 취업이 안되서 전향을 고민중이라던가, 돈되니까 한다던가, 그냥 그나마 나아서 한다던가, 좋아서 하는데 자신은 없다거나, 그만하고 싶다던가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물론 아닌 사람도 있었지만 비율적으로는 그랬다. 나에게 개발자 친구가 별로 없어서 표본이 적은 탓도 있을 것이다) 여기 사람들은 다들 개발을 엄청 좋아한다. 밥먹을 때도 개발 이야기를 한다.
데일리 스크럼을 하던 중 '테스트 코드를 짜는게 제겐 행복 코딩이에요'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행복 코딩'이라는 말이 왠지 좋아서 계속 생각이 났다.
무언가를 개발할 때 행복하고 즐겁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무언가를 개발할 때 행복을 느끼는데 그걸 표현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좋아하는 것을 숨기지 않아도 된다. 나는 개발이 너무 좋다고, 개발할 때 행복하다고 입 밖으로 말해본 적이 있던가? 지금까지의 나는 많이 숨겼던 것 같다. (이런저런 이유로 개발 접을까 고민 중이라는 사람 앞에서 와 저는 개발이 너무 좋아서 개발 못하면 죽을거예요!! 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 어쩌면 너무 간절해보일까봐 부끄러워서)
개발이 좋다고 이야기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숨기지 않고 말할 수 있는 이곳이 너무 좋은 것 같다.
이젠 나도 개발이 너무 좋다고 말할 수 있다. 당근 안에서도, 밖에서도.
현재로서는 (조금 어렵긴 하지만) 즐거운데 배우는 것도 많다.
첫 출근 전날에는 너무 걱정하고 긴장한 나머지 체해서 소화제를 먹고 잘 정도였는데 역시나 인생이 무상하다. 조금 더 긴장감을 가져야겠다.
쓰고보니 2025년에는 참 많은 일을 했다. 목표했던 것을 모두 이루었고 많이 배웠고 많이 노력했고 재밌었다. 2026년에도 많이 배우고, 많이 노력하고, 재미있게 살고 싶다. 우선 첫번째 목표는 당근에서 일을 잘 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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